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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이야기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달려본 소감 - 달팽이달리기

by 서점결 2021. 6. 21.

지난 3월 초 산책길에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10초는 뛰었을까? 숨이 헉헉 차올랐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다음 날도 살짝 뛰었고, 역시 좋았다. 

체육 시간을 제외하고, 달리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회사에 가까운 분이 마라톤을 하시면서, 꾸준히 달리기를 권했지만, 절레절레 했다. 날렵했던 중학교 시절에도 가장 못 했던 종목이 오래달리기였다. 무리에서 떨어져 늘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것이 나였다. 그러니 달리기는 나와 맞지 않는 운동이었다. 

그런 내가 스스로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그냥 지나칠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혼자는 꾸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었다. 천천히 자기 목표를 본인의 속도로 그러나 꾸준히 달려보는 모임. 

'천천히', '꾸준히' 라는 단어와 함께 생각나는 것이 달팽이였다. 그래서 달팽이 달리기가 되었다. 

1기는 두 명, 그 나마 한 명은 지인. 그래도 함께 뛰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했다. 내 생각에 동조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나의 첫 주 목표는 500미터 였고, 세 번은 쉬어야 완주가 가능했다. 숨이 너무 차고, 피맛도 본 것 같다. 어깨, 팔, 무릎, 발목 어디 하나 괜찮은 곳이 없었다. 1기 후반에는 결국 무릎 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걷기로 대체해야 했다. 그러나 멈추고 싶지 않았다. 1기를 마무리 하고 2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5명이나 신청을 해주셨다. 채팅방이 활발했다. 각자의 목표도 속도도 다르지만, 서로를 응원했고, 신변잡기 이야기로 더욱 가까워져 갔다. 참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도 꾸준히 했다. 그리고 3기 다시 모여 달리기로 활기를 찾았고, 에너지를 얻었으며, 우울감에서 벗어났음을 이야기 하고 서로에게 감사했다. 

나와 같이 500미터로 시작한 분이 1키로를 넘겼고, 나도 1키로를 넘겨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뛸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은 기록이 좋았고, 어느 날은 저조했다. 상관없었다. 함께 매일 달리면서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채워짐을 경험하고 있으니까.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하나씩 해나가는 이 과정으로 충분하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 1키로를 넘게 뛰어도 힘이 남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으니까. 

21년 6월 달팽이 달리기 4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우리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꾸준히!

1기 2틀째 날 기록 3기 어느 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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